괴테가 “태초에 빛이 있었다” 하지 않고 “태초에 행위(리듬)가 있었다”고 한 것은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태초에 빛이 있었다”란 기독교 성서 가운데 구약 부분의 가장 첫 책에서 천지창조를 상징하는 명제인데, 신약성서의 요한복음에서는 이를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개정된 기치로 언어(λόγος)에 천착함으로써 응답했다. 괴테는 이를 한층 실존적으로 격상시켜 ‘죄’라는 인간의 불가항력적 본성을 입혀…
융(Carl Jung)과 나치즘(Nazism)
융(Carl Jung)은 어떻게 히틀러 나치즘(Nazism)에 부역했나. 구글 검색 창에 “칼 융과 나치즘”(Carl Jung and Nazism)이라는 말을 기입해 본 적 있는가. 융(Carl Jung)이 반유대주의 신봉자이자 나치의 동조자라는 혐의에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많은 자료가 그를 비난하고 있거나, 변증을 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를 토양적 혈통적 아리안 인종의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는데, 사실…
당스 마카브르 (죽음의 무도)
당스 마카브르(Danse Macabre)는 프랑스어다. 영어로 Dance of Death, 즉 ‘죽음의 무도(舞蹈)’를 이르는 말이다. 19세기 카미유 상생스가 작곡한 교향시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중세 말, 죽음의 보편성을 알레고리로 묘사했던 미술의 한 장르를 일컫는다. 이를 테면 죽음을 살아 있는 시체나 해골로 표현하고, 생명 있는 산 자들은 황제나 교황, 성주, 노약자, 노동자로 표현하여,…
‘마더!’ 보고 놀랐을 기독교인을 위하여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신작 는 2014년작 만큼이나 기독교인에게 불쾌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 영화를 보고서 불쾌했을 기독교인이 계실 것 같아 몇 가지 기호들에 대한 해석을 드리고자 한다. 의 주제가 ‘아버지의 정의’였다면 의 주제는 ‘어머니의 정의’이다. 에서도 세상의 종말을 겪는 한 가정과 그 성원들이 신(神)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았다면, 에서 역시…
‘남한산성’과 문장(文章)으로 이룬 나라
영화 ‘남한산성’(2017)은 소국이 겪어야만 하는 대국(大國)과 맺는 화친(和親)의 정당성을 아주 잘 묘사해 낸 영화이지만 원작 「남한산성」의 본질은 잘 옮겨 내지 못한 영화다. 1. 문장의 발신(發身) 원작은 화친의 정당성이 아니라 그 화친을 둘러싸고 오고가는 문장(文章)의 흥망성쇠를 묘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즉 ‘남한산성’의 핵심 주제는 ‘문장’이다. 원작 초입에는 이런 표현이 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