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들과 황금가지

터너(J.M.W. Turner)의 그림 《황금가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그림의 풍경은 옛사람들에 의해 ‘디아나의 거울’이라고 불린 네미(Nemi)의 작은 숲속에 있는 호수의 꿈 같은 환상인데, 오랜 옛날에 이 숲의 풍경은 기묘한, 그리고 되풀이 되는 비극의 무대였다. 이 거룩한 숲속에는 무성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그 둘레를 깊은 밤중에도 종일토록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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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노랑

본래 노란색은 녹색과 적색에 의해서만 지각된다. 그런데 봄과 가을의 노랑은 똑같이 초록으로부터 나오지만 오로지 가을 노랑만이 적색을 잠재하고 있으며 죽을 때도 가을 노랑만이 그 붉은 빛을 토하고 죽는다. 그래서 봄 노랑은 교활하지만, 가을 노랑은 타나토스를 연상시키는 권능이 있다. 여기서 그 형식의 변화를 주도하는 잠재된 힘의 형태를 이르는 말 잠재태(潛在態)는 뒤나미스(δύναμι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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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법률을 적힌 그대로 적용해야 합니다.”─배럿

현대 사회의 성원들 간에는 법 의식에 있어 두 가지 통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법을 절대적 언명으로 받아들이는 정서이고, 다른 하나는 법을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이는 정서이다. 단순히 시민의 법 정서가 그렇게 갈려 있다기보다는 법의 해석자인 판사들이 이미 그렇게 해석의 갈래로 나뉜 상태인 것 같다. 이를테면 ‘우리법OOO’라는 법조인의 회합은 어떤 해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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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커버 10월 19일자

타임지가 트럼프 이름에 Covid를 붙여 Trump Covid White House라는 제목으로 10월 19일자를 내놓으면서 커버로 다음과 같이 쇼킹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올렸다. 언뜻 보기에 ‘백악관이 코비드의 주범이다’라는 듯한 인상을 가져오지만, 이 일러스트레이션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코맨트를 첨부하고 있다. 힘과 통치력에 집착하는 대통령은 아프고 연약한 노인일 따름입니다. 영원히 살 수 없는(a mo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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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도상해석

지금 나는 이 글에서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 10년도 넘은 글을 통해서 ‘10년이 지난 나를 심판하고 있는 나’를 심판하는 시도이다. 흔히 밤새 쓴 편지나 일기를 다음 날 아침에는 찢어버리고픈 충동이 일기 마련인데, “흔히 밤새 쓴 편지나 일기를 다음 날 아침에는 찢어버리고픈 충동이 일기 마련”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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