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교정자의 손을 거친 교정 표기 원고를 접했을 때면 언제나 다양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어떤 교정자는 문법적 칼날을 댄 흔적을 남긴다. 다른 부위에 손 댄 흔적이 전혀 없다. 오로지 문법적 칼의 흔적만 남기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교정자는 의미의 칼날을 댄 흔적을 남긴다. 원저자의 불분명한 의미를 펴거나 잘라내 더욱 예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원저자의 의미보다 더 진본이라 할 수 있는 편집이다. 이들 두 교정자는 탁월하다. 원저자의 숨결을 헤치지 않는다. 자기가 어디에 무슨 칼을 댈지 잘 아는 편집자들이다. 그런데 문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칼 댄 흔적을 남기는 교정자가 있다. 원저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칼을 댄 것이다. 대체 이 무딘 칼이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사본의 형태로만 남아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접하는 현존하는 지식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전수되어 온 것이다.
2024.1.10. | 제목만 가지고도 그 실력을 판독할 수 있다. 설명적인 제목은 읽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2023.12.10. | 글을 쓸 때 평이한 문체로 쓰려고 노력하는 저자가 있는 반면, 자꾸 튀려고 애쓰는 저자가 있다. 대학 교수인데도 여태 그 모양이다…
2022.12.28. | 원저자가 ‘민비’라고 쓴 것에다 ‘민비’(명성황후?) 라고 교정 표기해놓은 걸 보았다. 편집할 자격이나 수준이 안 되는 것이다. 지식인이 굳이 ‘민비’라고 표기할 때는 ‘명성황후’라는 호칭이 가당치 않다는 의식이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