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에게 헤이그(The Hague)라는 도시는 창녀 출신 여성과 함께 살면서 그녀에게 달린 두 아이까지 부양해야 했던 지긋지긋한 곳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유화 기법을 숙성시킨 곳이기도 하다. 헤이그로 이주한 고흐는 짧은 기간을 그곳에서 보냈다(1883년). 에텐(Etten)에서 줄곧 수채화를 사용했던 그에게 있어서 이 새로운 도구로의 변신은 행복 그 자체였다. 유화에 대한 이 첫…
[빈센트 반 고흐] 초기의 드로잉
빈센트 반 고흐는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독학에 의존했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해내고자 최선을 다했던 집요한 통찰력은 그가 받지 못한 교육을 대체했다. 일반적으로 회화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본 요건 중의 하나는 드로잉 능력이다. 오늘날에는 사실 이 기초를 개무시하고 개나 소나 붓을 휘두른다.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이런 기초를…
[빈센트 반 고흐] 전도사에서 화가로, 어떻게 변신했나?
빈센트 반 고흐가 런던에서 잠시 그림 판매원 혹은 책방 점원으로 전전하다 개신교 전도사로 일하게 된 것은 1878년 경이다. 4년 전 런던 출신의 한 여성에게 당한 실연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거기서 얻은 우울감은 전도사로 변신하는데 기여한 것보다는 그의 생애 전체를 우울질로 뒤덮도록 만드는데 더 많은 기여를…
“얘야, 죽으려고 빵을 먹는단다”
집을 나서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는데 도로 인접한 동의 한 4, 5층 되는 높이에서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음성 같기도 하고 할머니의 남성화된 음성 같기도 하고, “밥 좀 주세요”“밥 좀 주세요” 내가 가던 길을 멈추고 올려다 보자 더 큰 목소리로… “밥 좀 주세요”“밥 좀 주세요” 위에서는 내가 보이는 모양인데 열린 창문…
한국 대통령들과 황금가지
터너(J.M.W. Turner)의 그림 《황금가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그림의 풍경은 옛사람들에 의해 ‘디아나의 거울’이라고 불린 네미(Nemi)의 작은 숲속에 있는 호수의 꿈 같은 환상인데, 오랜 옛날에 이 숲의 풍경은 기묘한, 그리고 되풀이 되는 비극의 무대였다. 이 거룩한 숲속에는 무성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그 둘레를 깊은 밤중에도 종일토록 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