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태초에 빛이 있었다” 하지 않고 “태초에 행위(리듬)가 있었다”고 한 것은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태초에 빛이 있었다”란 기독교 성서 가운데 구약 부분의 가장 첫 책에서 천지창조를 상징하는 명제인데, 신약성서의 요한복음에서는 이를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개정된 기치로 언어(λόγος)에 천착함으로써 응답했다. 괴테는 이를 한층 실존적으로 격상시켜 ‘죄’라는 인간의 불가항력적 본성을 입혀…
‘남한산성’과 문장(文章)으로 이룬 나라
영화 ‘남한산성’(2017)은 소국이 겪어야만 하는 대국(大國)과 맺는 화친(和親)의 정당성을 아주 잘 묘사해 낸 영화이지만 원작 「남한산성」의 본질은 잘 옮겨 내지 못한 영화다. 1. 문장의 발신(發身) 원작은 화친의 정당성이 아니라 그 화친을 둘러싸고 오고가는 문장(文章)의 흥망성쇠를 묘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즉 ‘남한산성’의 핵심 주제는 ‘문장’이다. 원작 초입에는 이런 표현이 담겨…
영화 ‘덩케르크’는 ‘브렉시트’(Brexit) 이야기
1. ‘덩케르크’의 배경 는 여러 보도에서 알려진 대로, 제2차 세계 대전 초기 ‘덩케르크 전투’에서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비롯한 연합군 34만여 명이 고립되자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개된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을 극화한 영화다. 1940년 5월 10일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서부전선이 무너지고 연합군은 참패를 거듭하던 것이 전쟁 초기의 상황이었다. ‘덩케르크’ 지역에서 독일군의 집중적인 공략으로…
앤디 워홀이 작업하는 장면
1980년대 중반의 미국 문화에 대해 논할 때 대부분 뭔가 혁신적인 소비재 제품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한 시대의 진정한 상징은 아래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적 비주얼 아티스트와 락 스타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역사적 순간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애플의 제품들이 최근들어 부쩍 시들해졌는데, 아마도 애플사가 저와 비슷한 상황을 통해서 iPod, iPad, iMac, iPhone에…
슈즈트리는 왜 쓰레기로 보이나
‘슈즈트리’는 서울로7017 개장 기념 한시적으로 기획된 설치 예술이다. 최고 높이 17M에 길이는 약 100M에 달한다고 한다. 외부에 공개되면서 호불호가 엇갈리는 평이다. 아니, 악평 일색이다. 그러는 가운데 진중권 교수가 “예술은 왜 꼭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냐, 흉물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해 화제다. (참조: 17.05.26 오마이뉴스 기사) 그러면서 그는 “정크아트(Junk Art)는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