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법의 날. 법(nomous)은 이름(nomen)이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이름이라는 말이 법에서 온 것이다. 따라서 그 사회가 ‘이름’을 구현하는 형식을 보면 그 사회가 지닌 법의 소질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작명에는 강한 현시욕이 반영되어 나타나며 그것은 또한 허망한 믿음을 반영한다. 이름에 믿음이 아니라 허영이 배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명도 빈번하다. 이름에…
이낙연의 수첩과 박근혜의 수첩
지난 6일 한 매체가 이낙연 총리의 산불대책 ‘수첩’ 사진 기사를 보도해 화제이다. 정운현 비서실장이 총리의 수첩 내용 전문을 공개한 것이라 한다. 세상이 바뀌니까 ‘수첩’도 칭찬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수첩’ 하면 또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몇 장 비교해 올려본다. 먼저 며칠 전 공개된 이낙연 총리의 수첩이다. 내가 비서라면 ‘뭐 어쩌라구’ 싶은…
이상의 「날개」
내일 4월 27일, 적지 않은 사람이 이상의 《날개》의 주인공 같은 심정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전문을 담아본다.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느릅나무’ 밑의 욕망
1850년 뉴잉글랜드 어느 마을, 거대한 느릅나무 그늘에 가려 항상 음습한 생활을 이어가는 한 농가가 있었다. 캐벗(Cabot)이라는 노인의 가정이다. 이 집에는 엄청난 거구에 탐욕스럽고 색(色)을 밝히는 노인 캐벗과 그의 첫째 아들 에번(Even), 둘째 시미언(Simeon), 셋째 피터(Peter)가 살고 있다. 시미언과 피터는 금광에서 노다지를 찾겠다며 캘리포니아로 갈 꿈에 부풀어 있고, 에번은 아버지의 재산을…
김구의 ‘임시 정부’는 왜 ‘임시’로 끝났나
‘임시 정부’ Vs. ‘임시정부’ ‘임시’라는 말은 명확한 기한을 정하지 않은 잠시 동안의 상태를 이르는 명사이다. ‘정부’라는 단어와 함께 쓸 때는 둘 다 명사이므로 띄어쓰기를 해야 하나, 그 임시 정부가 어떤 고유성을 띨 때에 한하여 그것은 ‘임시정부’라 붙여 써도 마땅할 것이다. 이 글은 이 문법적 고려를 가해서 쓴 글이다. 대한민국 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