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성서 텍스트’가 맞물다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 / 이영진 지음 / 홍성사
사람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형식은 참 많다.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들려주시는 옛날 옛적 이야기도 있고, 그림책에 알록달록 색을 넣어 예쁜 그림을 그려 보여주며 들려주는 이야기도 있다. 연극, 오페라, 마당극 같이 각 나라마다 다른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현대는 지구적으로 영화가 이야기를 담아내는 가장 인기 있는 형식이다.
이 책의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전문적인 기호 해석과 관련된 책은 아닐까 의아해할 수도 있는 제목이다. 부제목, ‘속된 영화 거룩한 영화’를 보고서야 책이 영화와 관련이 있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저자는 영화 안에 담긴 기호들을 해석하여 다소 생소한 영상 해석이라는 차원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영상 해석’이라는 것을 통해 더 궁극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성서 텍스트와 영화 ‘사이’를 연결하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영화에 나오는 우리가 눈치 챌 수도 있는 것도 있지만, 놓칠 수도 있는 내용 전개의 매개체, 또는 ‘기호’들을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영화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집중하게 해준다. 거기에 더하여 풍부한 자료와 그 기호와 관련된 다소 전문적인 지식까지 연결하며 내용을 충실히 채워준다.
영상 해석이라는 시도를 통해 저자는 영화 안에 담긴 여러 기호적 요소와 인문학을 연결시켜 해석을 시도하면서도, 성서 텍스트를 그 안에서 다시 읽어내고자 한다. 음성과 영상으로 바꾸어주어 ‘보도록’하는 것(영화)과, 다시 본 것을 문어 텍스트, 그것도 성서 텍스트와 관련지어 ‘읽도록’ 의도한 저자는 영화의 기호들에 매우 능통하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신선한 통찰에 깜짝깜짝 놀란다.
개인적으로 1장 <레버넌트>, 2장 <검은 사제들>, 4장 <슈퍼맨 대 배트맨: 정의의 시작>, 14장 <인페르노>가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영화 대부분이 최근 상영작들이어서 그런지 흥미가 많이 생긴다. <곡성>, <국제시장>, <부산행>은 천 만 관객이 넘은 인기 영화들이어서 읽는 이들의 가독성을 높여줄 것이다. 아울러 영화 안에 담겨진 각양각색의 기호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말이다.
영화 해석을 넘어 영상 해석의 차원으로 성서 해석과 관련지어 담아낸 책의 내용은 마치 기독교 세계관을 어떻게 영화라는 매개체에 잘 담아 낼 수 있을지와 영화에 담긴 여러 기호들에 더 잘 집중하고 관심이 가도록 하여 의미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준다. 영화를 비평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비평이 다른 영역인 성서의 텍스트와 연결되는 매개체는 무엇인지 찾아내는 민감성을 기를 수도 있다.
영화를 이렇게 자세히 그러면서도 성서와 연결지어 주는 이 책은 문자로 숨겨져 있는 성서 텍스트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생동감 있게 쳐다보도록 도와준다. 영화처럼 그저 재밌게 읽어보면 좋겠다. 너무 지나친 기대감으로 영화의 재미가 삭감되듯, 이 책 제목이 가진 약간 생소함은 잠시 잊고 ‘영화같이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보면, 의외로 좋은 영화를 만난 듯 그렇게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복음과상황 (리뷰: 강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