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표지 인물과 TIME 로고의 상관 관계

타임지
Moon Jae-in stands for a portrait in Seoul, South Korea, on April 15, 2017.

타임지 아시아판 표지 인물에 문재인 대선 후보가 선정되었다. 그런데 어떤 표지 인물들은 TIME 로고가 인물 뒤로 가려 있고, 어떤 인물의 경우는 TIME 로고가 인물 앞으로 나와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한 견해들이 분분한 모양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TIME 로고가 인물 앞으로 나와 있는 경우다.)

TIME 로고 배치가 불규칙하다

저널에 기고도 많이 하고 책 편집 경험도 풍부한 드 크루즈(Archie D’Cruz)라는 블로거가 지난 해인가, 타임지 표지에 관한 분석을 내놓은 걸 본 일이 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우선 표지 편집은 이런 것이다.

각 표지는 그 인물의 실제 이미지와 커버 디자인의 이미지가 서로 연결되어 보이기 마련이다. 표지 성격이 다 다르고, 표지 인물이 얼마나 유명한지, 유명하면 어떤 식으로 유명한 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대의 TIME 커버 디자인을 보면 그런 편견이 잘못된 가정인 것을 보여준다.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는 TIME이라는 로고의 아치 형태 부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음은 2014년부터 2016년 5월까지의 표지 이미지들이다.

2014~2016년까지 TIME 표지 모음

이것들에 대한 관찰의 핵심은 페이지 상단 부분에서 TIME로고와 겹치는 요소(인물 이미지 등)의 가장자리 라인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다음과 같이 명확한 아웃라인으로 처리된다.

상단 아웃라인의 규칙성을 유의

그러나 얼굴만 확대 편집한 경우,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대개 아래의 예시와 같이 (얼굴이) TIME 로고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 로고가 아예 전면에

그러나 이는 매우 주관적인 감각이 작용하는 곳이며, 이러한 규칙에 대한 예외는 있을 수 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표지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로고를 덮거나 포함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아예 완전히 로고가 가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TIME과 같이 잘 알려진 출판물의 경우,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만약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잡지를 그렇게 한다면 상대적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게 무슨 잡지인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TIME은 로고 없이도 알릴 수 있다는 일종의 미적 과시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이 일반적인 규칙이라면, 그 규칙을 어기는 몇 가지 TIME 표지도 있는 게 사실이다. 다음과 같은 것이다.

예외의 경우

첫 번째 것은 TIME 부위가 실제로 페이지에서 덮혀 있지만 이미지에서 얼굴의 깔끔한 가장자리와 위치는 TIME을 잘 연상케 한다. 두 번째 것은, 담배 연기가 TIME의 깔끔한 윤곽을 흐려버리고 있다. 하지만 로고 주위를 소용돌이 치는 것이 연기가 뒤로 가는 것보다는 더 좋은 효과이다.
그리고 세 번째 예시(프란시스 교황)는 앞이나 뒤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이 표지는 로고를 앞에 위치하고 있으나, 2013년판 올해의 인물 표지에서는 그가 로고보다 앞에 나와 있다.

§

상기의 드 크루즈(Archie D’Cruz)의 설명은 그야말로 평이한 일반적인 편집 기법에 관한 해설이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타임즈 표지는 일군의 TIME 디자이너들이 의도를 했든 의도를 하지 않았든, 어떠한 기도(企圖)를 가지고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인물 사진들의 표정의 선택, 포즈의 선택, 그리고 조명의 사용, 이런 것들은 결코 우연히 나오는 표현들이 아니다.

물론 드 크루즈의 말대로 그것들은 그때 그때 다를 수 있고 불규칙한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의 여러 표지들을 몇 가지 패턴을 상정하고 배열해 볼 때에 어떤 미묘한 유사를 띤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설명 가능한 게 아니라, 이미지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보여드릴 배열은 다음 이미지들이다. 이 분들 이미지는 어떤가? 선한가 악한가?
선하고 악한 것은 주관적이며 불규칙하다. 그러나 역광은 일관성이 있다.
빌 케이츠와 푸틴의 역광은 공히 성인의 후광 같지만, 푸틴은 수감자 프로파일 같은 것을 골라 넣고 말았다.

역광으로 구성한 예시들

다음은, 아래의 배열을 보시라. 어떤가? 이들은 선한가, 악한가? 이들의 경우는 TIME 로고는 거의 다 일률적으로 가려 있다. 교황은 왜 어두운가? 트럼프 만큼이나 보수 정치가로 알려진 크리스티(Chris Christie)도 TIME 로고가 많이 가려져 있지만(The Boss라고 쓰인 표지) 가장 심각하게 가려 있는 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TIME이다. 아예 철자를 볼 수 없다. 이들의 가린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독재자들 속 독재에 피해 입은 소녀

그렇다면 가장 아래 좌측의 소녀도 푸틴처럼 독재자란 말인가? 그런 것이 아니다. 말라야(Malala Yousafzai) 라는 이 파키스탄 인권 소녀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탈레반에게 저격당했을 정도로 독재자와는 다른 양상으로 시간(TIME)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모두가 하나 같이 시간을 침범하고 있는 도상으로서의 유사인 것이다.

잡스와 오바마 그리고 카다피

이런 배열도 가능하다. 얼굴의 크기가 비슷하고, 카다피의 피부색만 약간 창백하지만 토운이 대체로 유사하다.
오바마는 잡스와 유사한가? 아니면 카다피와 유사한가? 오바마의 이중성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이런 편집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뿔이 왜 보이는 걸까요?)

악마의 뿔인가?

다음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정면 타이틀 THE STRONGMAN’S DAUGHTER 색과 톤은 좌측 남성과 유사하지만, 그 아래 성공한 여성과는 포즈 면에서 다르다. 대신 트럼프처럼 옆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좌측 장애인 남성은 그 아래의 성공한 여성처럼 정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 두 사람은 어떤가?

두 사람은 포즈나 두상 편집의 사이징도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아직 실권을 쥐지 못한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TIME 로고 역시 둘 다 반투명 톤인 점이 유사한 상징의 노릇을 하고 있다.
(두 사람에 관한 취재 기사 내용이나 테마에 있어서도 다소 심심한 것이 비슷하다)

찰스 황태자와 문재인의 유사성

마지막으로는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다.
이 이미지의 유사는 희망이다.
가지 꼭대기의 태극기가 위태로우면서도 희망에 차 있다. 이들의 표정처럼.

이승만과 만델라의 유사성

아 끝으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타임지 주요 표지 인물 사진을 모으면 다음과 같다. 근데 왜 한 사람이 없는 지는 모르겠다.
내가 못 찾았을 수도…



ps: 방금 찾았습니다. 그 분.


.
표지인물 사진으로는 없고…속지용으로…

§


이 글을 쓴 날로부터 4년 여 세월이 흘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탄핵당한 이후 아직 감옥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2021년 7월 타임지 커버 스토리를 또 장식했다.

4년 전 사진과는 많이 다르다.

커여움 컨셉이다.

(힢을 빼고 앉은 저런 걸 고르다니…)

이 이벤트를 누가 부킹했는지 모르지만, 예상 밖의 설명이 붙어 있어 저 어정쩡한 사진을 선택한 이유를 대략 알 것도 같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김(정은)의 성격에 관해 묻자, 문재인은 “(그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무쟈게 정직한… 무쟈게 열정적인, 강한 결단력의 소유자”로 여겼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 형제를 살해해버린 냉혈한이 바로 김정은이며, 2014년 유엔 조사위원회가 확인한 바, 고문, 강간, 지속적인 기아 유발을 포함한 “(반) 인권 범죄”에 관여하는 자라는 사실이다. 북한을 감시하는 대다수에게 문재인의 이런 변론은 망상에 가깝다.]

ㅡ타임지 본문 중에서ㅡ

타임지 커버의 진정한 컨셉은 위에 열거한 것처럼 의외로 포토그라피에 은폐되어 있는데 다음 두 그림을 비교해보면 막연하지만 뭔가 연상을 끌어올리는 부분이 있다.

두 모델은 화면 대비 배율만 다르지 거의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4년 전 협상자(Negotiator)와 비교하면 ‘톤’도 상당히 유사한 편이다. 사진 작가가 뭔가를 의도했을 리는 만무이다. 상기 두 작품의 사진 작가를 외국인으로 알겠지만, 오른쪽 사진은 오형근 작가의 작품이고 왼쪽 사진은 홍장현 작가의 작품이다.

저런 콘티를 타임 편집부에서 주문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원작이 누구의 작품이든, 컨셉이 뭐였든, 언제나 최종 편집의 단계에서 재정의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타임지 표지와 그 해석은 미래의 도상학이다.

미래의 실체는 각자 자유로운 상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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