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이 막 대중화하기 시작할 무렵, 프로그램 내부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원리를 알고자 시간을 소모하던 시절, 한 지인에게 들은 말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사서 쓰지 직접 만드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적잖이 의아하게 들렸던 이 말은, 전혀 다른 취향은 전혀 다른 욕망에 기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시로 이해되었다.
소프트웨어! 즉 냉장고라든지, 밥솥이라든지, 자동차라든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물(하드웨어)의 구조와 원리를 경멸의 대상으로 여기기 위한 신조어로 이 용어가 채택되기까지는(‘하드웨어’는 그에 상대적인 경멸의 의미로 불렸다) 모니터라는 발광체 이면을 구성하고 있음 직한, 보이지 아니하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자극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신성한 프로그래머도 미천한 직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다들 알았을 것이다. 참고로 이런 신성한 직공들 대다수의 정치적 반동은 이런 자기 배신에 기인한다.
당시에 만들어 둔 프로그램 중에 하나를 근래에 휴대용 앱으로 컨버전하였다. 손을 뗀 지 무착 오래 됐으나 어느날 뉴스를 보다 마리아-DB라는 플렛폼이 오라클도 제쳐버렸다는 소식에 놀라 문득 얼마나 대단한 지 잠깐만 살펴본다는 것이 그만 과거의 프로그램을 살려내고 말았다. 새로운 것은 ‘사서 쓰면’ 될 텐데 그리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여전히 그 새 것의 내부/내면에 관한 충동일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안 보이는 세계를 폭로하고 싶은 욕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