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뜻하는 말 무비(movie)는 움직이는 그림(moving picture)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라는 명칭으로 처음 공개되었는데 여기서 시네마(cinema)가 ‘운동/활동’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네마(κίνημα)에서 온 말이다. 영화가 동양으로 넘어와 중국에서는 전기(電)로 만든 그림자(影)라는 뜻의 ‘뎬잉’(電影)이라 불린다. 그러나 일본은 서구의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여 ‘활동사진’(活動寫眞)이라는 명칭으로 ‘에이가’(えいが)라는 말과 함께 쓰다가 최종적으로는 ‘에이가’라고만 쓰게 되었다. 에이가는 ‘영화’(映畵)의 일본어 독음이다. 그러니까 ‘그림이 빛에 비친다’는 뜻인 ‘영화’는 일본에서 유래한 셈이다. 서구는 영화를 어떤 ‘움직임’으로 보는 반면에 동양권에서는 빛과 연계된 어떤 것으로 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영화를 다소 기술적 의미로서는 영상(映像)이라 부르는데 원용적 의미에서 영상은 이미지라는 말을 번역한 용어다. 이미지라는 단어가 국내에서는 IT/컴퓨터 분야에서 단지 그림 포맷을(비디오와는 구별된) 지시하는 용어로 전용되다 보니 의미의 폭이 줄어들고 말았지만, 이미지라는 말은 예컨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창 1:26)라 하였을 때, 형상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이미지(형상)로 번역된 히브리어 첼렘은 모양으로 번역한 데무트(닮음)를 담고 있는 전체를 뜻한다. 그러니까 어떤 (닮음을 뜻하는) 모양이 그 이미지에 내재된 상태를 표지한다는 점에서 ‘영상’은 ‘이미지’에 대한 탁월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비치다/반사하다’는 뜻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어휘의 이행에 나타난 모든 의미의 궤적은 이 ‘영화’라는 ‘가짜’를 보고서 사람들이 울거나 웃거나 화내거나 기뻐하는 원인을 표지한다. 가짜이지만 그 빛(또는 그림자)의 반사를 보고서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쏟아 붓는 것이다. 이 반사된 가짜를 가리켜 미메시스(μίμησις) 즉 ‘모방’이라 부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화’라고 일컫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이 문화가 지닌 권능을 통해서 때로는 이성을 교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악한 지식으로 마비시키는 권능도 행사하는 것이다.
왜 영화인가?
영화는 이 같은 연유로 모든 문화의 총아(ego sum)인 까닭이다.
그 총아를 어떻게 폭로하는 지, 몇 점 소개: 레버넌트, 레이디 맥베스, 아노말리사, 진격의 거인, 스즈메의 문단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