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겔의 ‘열두 잠언’(Twelve Proverbs)

피테르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은 현실 속의 무거운 주제를 기발한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하는 화가이다. 그의 작품 중 ‘네덜란드 잠언’(Netherlandish Proverbs)이라는 작품이 있다.

Netherlandish Proverbs

한 마을에 사는 여러 사람의 일상 속에서 어우러지는 상황들을 네덜란드의 속담들과 절묘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과 거의 같은 해에 그린 <열두 잠언>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Twelve Proverbs (1560)

타임 스탬프에는 제작 시기를 1558년에서 1560년까지로 찍고 있는데 상기의 ‘네덜란드 잠언’을 그리면서 작은 소품들을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단 좌측에서 오른쪽으로, 중간 오른쪽에서 다시 왼쪽으로, 그리고 마지막 줄에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12도상을 간략히 소개한다.

A seller of waffles who drinks and plays

상단 가장 왼쪽의 이 이미지는 “마시며 노는 와플 장수”라는 정도의 표제를 붙일 수 있겠다. 나태한 장사꾼이 마시고 노는데 정신 팔려 와플이 쏟아져도 모르고 있다. 뭔가에 중독되어 자신의 과업을 잊어버린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To hang one’s cloak into the wind

그 옆 이미지는 “바람에 망토를 거는 사람”이라는 잠언이다. 사물을 자신의 시점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무엇이든 자기 중심적으로 구도를 바꾸려는 사람에 관한 잠언이다.

To carry fire in one hand and water in the other

그 옆은 “한 손에는 불, 다른 한 손에는 물을 운반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양면성을 뜻한다. 그것은 불가피한 본성일 수도 있고, 의도적인 이중성일 수도 있다.

To sit between two chairs


그 옆(상단에서 가장 오른 쪽) 도상은 “두 의자 사이에 앉아 있는 사람”에 관한 잠언이다. 어느 한 편으로만 마음을 정할 수 없다는 뜻이지만, 결국 두 주인을 섬기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잠언이다.

To be unable to see the sun shine on the water

그 바로 아래(중간에서 가장 오른 쪽) 도상은 “물에 비친 태양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사람”에 관한 잠언이다. 브뤼겔 시대에 이것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질투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질투 정도가 아니라 훼방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다. 부채를 들고 태양이 비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To bell the cat


그 다음 도상은 “고양이 방울”이라는 잠언으로 우리 속담에도 있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당대에는 무모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일을 시도하는 사람을 풍자한 잠언이다.

To fill the well after the calf is drowned

다음 속담은 “돼지 앞에 진주를 던지는 사람”이다. 성경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 7:6) 가치 없는 사람이나 사물에 에너지를 허비하는 사람을 지적하는 잠언이다. ‘가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곧 ‘가치 없는 인간’이다.

To fill the well after the calf is drowned

그 다음 도상은 “송아지가 물에 빠져 죽은 후 우물을 채우는 사람”에 관한 잠언이다.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나쁜 일로 덮어 버리는 악에 관한 잠언이다. 정치 집단 또는 행정부 집단이 이 짓 많이 한다.

이제 가장 아래 줄에 있는 도상들이다.

To bang one’s head against a wall


제일 왼쪽에 있는 이 도상은 “벽에 머리를 짓찧는 사람”에 관한 잠언이다. 우리 속담의 “맨땅에 헤딩” 정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말 ‘대깨X’(대가리가 깨져도 X)에 더 어울리는 도상이다.

To fish behind the net

그 다음 오른쪽 도상은 “그물 밖에서 낚시하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바깥에서 낚시하는 어리석은 사람에 관한 잠언이다. 큰 그물이 상징하는 바, 이미 큰 기회가 자기 앞에 주어졌는데 그 바깥에서 작은 망으로 허우적 대는 것이다.

To wear a blue cloak

그 오른쪽 도상은 “파란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이다. 속이는 자에 대한 잠언이다. 그러나 이 도상에는 파란 망토가 아니다. ‘파란 망토’는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 잠언’ 그림에 나오는 중심 주제이다(그 그림의 원제목이다). 거기에서는 ‘파란 망토’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배경색인 Vermilion과 무채색의 조화 패턴에 맞추어 단순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 전체 도상의 가장 마지막 도상이다.

Pissing against the moon

“달에 오줌 싸는 사람”에 관한 잠언이다.

이 잠언은 피에테르 브뤼겔 시대에는 무의미한 일에 시간 낭비하는 사람에 관한 잠언이었을 것이나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달에 오줌을 싸는데 시간을 허비하게 함으로써 나라의 소중한 시간을 강탈해간 월교 신도들에 관한 잠언 정도로 개정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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