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이슬람 국가)의 기원

음모론이 솔솔 불고있다. 에볼라는 제약 회사가 돈 벌라고 퍼뜨린거다. IS는 미국이 키운거다… 등… 그럴까?

언젠가 미국 시민권자인 조카와 대화를 하다가 얘가 자기네 나라를 the State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은근 열받어. 미국은 니네 나라지 우리나라냐? 근데 왜 (만인의) 일반 보통명사를 고유한 지네 나라 이름처럼 써?
아하ㅡ 얘네들 정체성에는 아예 세계를 통채로 자기네 ‘국가’로 보는 제국주의 성향이 있구나. 물론 혈족 국가가 아니다보니 United가 곧 정체성이어서 일 수도 있고. 문제는 이런 정체성의 오랜 지배가 그 슬러지와 같은 찌꺼기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80년대에 마이클 더글라스가 주연한 흑우(Black Rain)라는 영화가 있었다. 미국에서 야쿠자 간의 암투로 강력 사건이 발생한다. 일본으로 발른 용의자를 잡으려고 일본으로 간 형사 마이클 더글라스는 멋모르고 일본을 뒤지다가 함께 간 동료를 잃는다. 눈 트고 보는 상태에서 일본도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야쿠자 최고 오야봉에게 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그 용의자 놈이 야쿠자 세계에서도 골치덩어리라는 사실이다. 아래 위를 모르고 잔혹함을 무기로 이 기품 있는 오야봉에게 까지 덤벼드는 것이다. 그 오야봉은 확실히 기품이 있었다.

연세가 지긋한 오야봉이 마이클 더글라스에게 자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기 어릴 때 전쟁 통에 하늘로부터 엄청난 폭격이 있었는데 핵 폭탄이었다고 한다. 그 폭격이 있은 후 온 사방에 검은비 즉, 흑우가 내렸다는 것이다. 법도도 없이 날뛰는 저 잔인한 야쿠자 놈은 바로 그 흑우(Black Rain)과 같은 놈이라는 말이었다.

Islamic State는 엄밀한 의미에서 미국 시민권자가 State를 국호로 쓰는 용법과 같은 인공적 기원을 갖는다. 한 마디로 말하면 ‘흑우’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책임이 없진 않겠지만 음모론까지야…

에필로그.

위 견해에 대해 아래와 같은 이견이 들어왔다.

the State가 아니라 the States가 미국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state가 미국에서는 주를 의미합니다. 지방자치성이 강하다 보니 각 주가 외교, 국방을 제외한 국가의 기능을 한다고 그리 명명된 겁니다. ) 차라리 자신들을 American이라고 하는 게 더 오만한 표현이죠. the States는 전혀 그런 의식이 개입된 용어가 아닙니다.  – William Lee?

라는 의견으로 ‘s’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지만 미국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770년대에 동부의 13주가 영국에 독립 선언을 하면서 출발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후 나머지 주들도 합병되는 과정을 볼 때 (좀 길게 이어 보자면) 오늘날의 합중국 자신은 연이은 전쟁과 타협을 통한 과정체로 보여진다. 여기서 그들의 주를 의미하는 state는 ‘주’이기도 하지만 ‘국가’도 되었던 것이다.

가령 독립 선언 전후로 당시 이들이 각자 속한 자신의 주를 표현 할 때 the state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나랑 똑같은 반응이었을 것이다.)

만약 자기가 속한 주를 같은 주 사람에게 the State라고 하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나 타주 사람에게 자기네 주를 the State라고 했다간 곧바로 싸움이 일었을 것이다. 이것이 the States가 단순한 어떤 ‘주 연합’의 의미를 넘어서는 이유이다.

어쨌거나 그들의 ‘주’들은 그렇게 합병해가면서 states가 united 되었다. 즉, 보통명사가 고유명사화 되는 과정을 거쳐 ‘the’ united states가 얹어진 걸로 보인다.

따라서 the States라고 부르는 것이 흔한 경우는 아니겠으나, 이 축어가 지닌 용례 속에는 단순한 합(合)의 기질을 넘어 일반명사를 고유명사화 하는 합병의 기질을 배태하고 있다 아니할 수 없다. 참고로 알렉산더가 창건한 헬레니즘이 그런 합병을 구사한 대표적인 예이고, 그런 헬레나이징을 로마가 이어 받았다는 사실은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시대의 로마는 미국 아니었던가?

게다가 알래스카나 하와이를 감안하면 State라는 지리적 경계는 대체 어디까지 미치냐는 점에서 the States는 여전히 갑의 칭호인 것만 같다.

* 핵의 찌꺼기 IS도 그런 점에서 State를 가져다 쓰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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