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α. 그동안 기독교식 결혼예식을 참석해오면서 봤을 때 주례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인용한 본문은 다음 구절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러므로 사람이 그 父母를 떠나서 아내에게 합하여 한 몸이 될 지니라.”(마 19:5; cf. 창 2:24) 하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나라면 고린도전서 13장 13절로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두 분께서 저에게 특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앞서 제일 먼저 읽은 본문이 바로 그 본문입니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β. 그런데 이 말씀을 읽으면 마치 ‘믿음, 희망, 사랑, 이들 세 가지가 있는데 믿음과 희망은 허사고 사랑만이 최고다-’이런 식으로 읽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이 글을 쓴 저자는 평생을 ‘믿음’만 전했고, 또 그 ‘믿음’에 관한한 완전히 새 지평을 연 사람입니다. 믿음이 사랑만 못하다고 할 리가 없습니다. 그걸 오늘 좀 설명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믿음이란 무엇인가?
γ. 앞서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는 본래 벌거벗은 몸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럽지 않았다 함은 어떤 에로티시즘이 아니라 둘의 두터운 ‘믿음’의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서로 가리고, 감추고, 숨기기 시작한 것은 ‘믿음’이 깨어지고 난 뒤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δ. 훗날 이 두 사람에게서 유명한 후손 하나가 나옵니다. ‘노아’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산에다가 배를 지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배라는 것은, 강이나 바다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산에다가 배를 축조한 것입니다. 이런 일을 완주하기까지는 반드시 믿음을 전제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물론, 아내, 자녀, 형제.., 가족이 믿어주지 않으면 이런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믿음은 부부의 믿음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다른 사람을 구조하려고 지은 배였으나 자기 가족이 구원을 받습니다.
ε. 그 배를 지을 때 하나님께서 배의 크기를 일러주셨습니다. 그 크기와 치수를 우리가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이것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규격입니다. 하나님께서 알려 주신 그 배의 규격을 ‘장, 광, 고’라고 말합니다.
ζ. ‘장’이란 길이를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의 속성입니다. 왜냐하면 믿음이라는 것은 그 특성상 오래토록, 길게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고,’ 이것은 깊이 또는 높이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것은 희망의 속성입니다. 희망은 깊은 곳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래 있다가, 모든 게 허물어졌을 때 비로소 솟구쳐 오르는 것입니다. 허물어지기 전에 올라오는 것은 욕망이지 희망이 아닙니다. 이것이 희망의 속성입니다. 끝으로 ‘광’입니다. 이것이 사랑의 속성입니다. 너비 또는 넓이이기 때문입니다. 길이도 중요하고 깊이(높이)도 중요 하지만, 바닥(넓이)이 있어야 비로소 배가 뜰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너비가 있어야 거처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 이치입니다. 방주란 보통 배가 아니라 잠수함 같이 생긴 함정을 말합니다. 그 속에서 외부의 폭풍과 풍랑으로부터 보호 받았던 것입니다.
η. 오늘 이 본문을 기록한 저자는 이 글/문장을 쓸 당시에 꽤나 마지막 순간 곧, 결전의 날에 임박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문장은 이렇게 읽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νυνὶ δὲ μένει πίστις, ἐλπίς, ἀγάπη, τὰ τρία ταῦτα; μείζων δὲ τούτων ἡ ἀγάπη.
“그러나 지금은 믿음이 남아 있나니,
희망, 사랑, 곧 이들 셋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 제일 넓은 것은 사랑이다.”

즉, 1) 믿음은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2) 그 셋 중에서 믿음이나 희망은 허사고 ‘사랑’이 제일이라는 뜻이 아니라, 셋 다 중요한데 특별히 사랑은 이들 ‘믿음과 희망의 너비’라는 뜻입니다.
θ. 두 분, 오늘 제가 주님의 이름으로 이 세 가지 무기를 선물로 드립니다.
믿음/피스티스πίστις,
희망/엘피스ἐλπίς,
사랑/아가페ἀγάπη.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