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유향, 몰약의 기호와 해석

예수 탄생일에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알현하면서 바쳤다는 황금, 유향, 몰약을 기독교에서는 대개 예수의 세 가지 신성한 직분 곧 왕, 제사장, 선지자를 상징한다고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해들은 상투적인 교의의 전형으로, 그 각각의 본원적 기호를 빗나간 것일 수 있다.

myrrh

몰약은 고대 아카드어 낱말 무루(murru)에서 파생되어, 아랍어로는 무르(murr), 히브리어로는 모르(מוֹר), 희랍어로는 뮈라(μύρρα)라는 어휘군을 형성하였는데, 한글 ‘몰약’은 이들 중 희랍어를 음역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방향제, 방부제, 소독제, 위장약, 생리불순치료제 등 약재로 활용된 몰약은 이집트문명이나 헬라문명에서 향유의 원료로도 사용되다 근대 들어 화장품 원료가 되기도 했다. 몰약이 전파된 루트는 서아시아 일대에서 성행하던 것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는 희랍·로마, 동쪽으로는 페르시아와 인도로 각각 퍼지게 되었다. 몰약의 채집은, Commiphora abyssinica라는 학명을 쓰는 감람과 계통의 꽃잎/ 열매 식물 줄기에서 나오는 즙을 받아 말리는 적황색의 고체 덩어리들이다. 향기는 특이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척 쓴맛인 이 몰약은 아랍어 명칭 무르(murr) 자체가 아주 쓰다는 뜻으로서, 희랍 신화에 따르면 ‘뮈라’(Μύρρα)라는 한 여성이 거부할 수 없는 신탁에 따라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아도니스(Adonis)를 낳게 되는데 이와 같은 운명적 오명을 뒤집어 쓰고서 쓰디 쓴 고난의 삶을 살아가다 아이마저 불행한 죽음을 당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이 아들의 이름 아도니스를 셈어로 바꾸면 아도나이(Adonai/ אֲדֹנָי) 즉, 주(Lord)이다. 참고로, 예수님 모친의 이름 마리아(Μαρία)는 ‘쓰디 쓰다’는 뜻을 가진 모세의 누이 이름 미리암(מרים)에서 비롯되었다고 루터는 주석한 바 있다.

Arabic frankincense

유향은 고대로부터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희랍, 로마에서 향료로 각광을 받았다. 히브리어로 레보나(לְבוֹנָה), 아랍어로는 루반(luban), 희랍어로 리바노스(λίβανος), 라틴어로 올리바눔(olibanum)이라 하는데 모두가 다 유백색이란 뜻이지만 이 말들의 어원인 아카디아어의 라바나툼(labanatum)은 사제(la-bi)가 나무 진(na)을 태우는(tum) 데서 연유한 것이라 한다. 유향의 채집은, 아주 깊은 숲에서 용나무 비슷한 나무의 줄기를 도끼로 찍어내면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을 받아 굳혀 고체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가서 4장 6, 12-16절이나 전도서 2장 5절에서 솔로몬의 시어로써 “유향의 언덕”으로 묘사되는 대목을 감안할 때 이는 솔로몬 정원 또는 성전에서의 향내나는 나무인 점, 그리고 아랍어 루반(luban)은 아예 우유라는 뜻임을 감안 할 때 총체적인 (생명의 젖이 흘러내리는) 성전을 그 기호로 볼 것이다.

다음은 황금이다.

황금은 대개 기독교인들이 왕권을 상징한다 하여 어떤 예물로 이해하지만, 이는 황금이라는 실물 자체의 기호라기보다는 황금이라는 어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희랍어로 황금은 크리소스(χρυσός)이다. 당연히 음가 자체가 ‘그리스도’를 지향한다. 참고로 4세기에 동방 콘스탄티노플에 대주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의 이름이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Ιωάννης ο Χρυσόστομος, 349-407)였다. 존 크리소스톰(John Chrysostom)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사람의 별명이 크리소스톰 즉 ‘황금의 입’이다.

가장 오래 된 황금송아지 상

그를 대부분 뛰어난 설교자였다고 들 회자하면서, 오늘날 맘몬의 화신들과도 같은 자기들의 현대적 명설교자들을 가리키는 기호로 남용하지만 실상은, 크리소스톰의 시절이 시절이었던 만큼 그것은 ‘교리’에 능한 설교가였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처럼 교리를 파괴하는 설교 행위가 아니라.
즉 설교로 (그리스도의)교리를 세워나간 것이다. 황금 크리소스(χρυσός)는 그런 의미로서의 기름부음/크리스토스(Χριστός, Christ)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른 말로 하면 크리소스톰이란 별명은 ‘황금의 입’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입’이라 불렀어야 했던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그의 입을 황금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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